2025. 10. 22 - 2025. 11. 03
애도의 시간
여름은 유난히 뜨거웠다. 피부를 통과하는 듯 하늘과 한강의 광선은 날카로웠다. 한 발을 내딛을
때마다 열기가 온몸을 덮친다. 정신이 혼미해 진다. 아지랑이
속에서 간간히 사람들이 보인다. 지친 숨소리를 내며 한강을 바라보고 있다. 강 주변은 인간과 함께 독특한 열돔을 만들고 있었다. 열기의 빗
속에서도 나는 한강에 시선을 두고 있다.
영원할
것 같은 열기가 꺾였다. 오늘도 한강을 걷는다. 걷는 이들, 뛰는 이들, 강을 바라보고 있는 이들. 그들은 모두 한강을 곁에 두고 있다. 재잘거리는 말소리와 얇은 숨소리가
강 주변에 가득하다. 그들이 사라진 한강에도 유령처럼 숨결이 사라지지 않는다. 강이 만든 인간의 흔적들이 보이지 않는 에너지, 따스한 자장을 형성한다. 나는 그 공간의 경계에서 걷는다. 참여하지 않지만 무시하지도 않고, 그 주변에서 서성인다. 시선을 한강에서 거두지 않는다.
어느 순간,
한강은 내면에 스며든다. 내 마음에 존재하는 여러 이야기,감정의
덩어리와 결합을 한다. 나와 한강의 경계가 사라진다. 그
순간, 사진은 그 시간의 면을 시각화한다. 탈공간화된 한강이다. 한강의 풍경은 배경과 오브제들, 선과 면들, 다채로운 색의 조합으로 분리되고, 그 재료들은 내면에서 새롭게 재배열된다. 강렬한 순간이다. 필름은 그 압축된, 괄호가 된 시간을 부여 잡는다. 한강은 나의 이미지로 착색이 된다. 하지만 그 순간은 기억에서 옅어져 간다. 내 앞에 있는 또 다른
한강과 거역할 수 없는 시간의 흐름 속에 이미지는 희미해진다. 압축된 감정의 덩어리를 필름에 맡겨두고
좀 얼빠진 모습으로 걷는다. 카메라에 맡겨둔 이미지로 안심을 한다. 그날
에너지가 다할때까지 이 과정을 반복하며 한강을 걷는다.
사진은
나의 시간을 애도한다. 감정과 서사가 붙은 기억이 한강을 통해 재배열되고 물질로 남는다. 완전한 과거의 부정과 압도하는 과거 사이에 애도가 존재한다. 애도는
과거를 살리고, 새로운 현실의 가능성을 열어준다. 시간의
강물에서 삶과 죽음은 동시에 흐른다. 새로운 시간, 생성의
의지는 애도를 통해 가능하다. 그렇게 나는 한강을 걷는다.
사진 작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이현권
1) 개인전
2025 ‘서울, 한강을 걷다_2021-2025’ (갤러리 그림손)
2023 ‘한강_고요’ (큐 아트 스페이스)
2021 ‘서울,
한강을 걷다 10년(2010-2020)’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2021 ‘걷다,
보다’ (291 포토 그랩스)
2020 ‘이분의 일’ (갤러리인사아트)
2017 ‘서울,
한강을 걷다(2014~2017)’ (팔레드 서울
갤러리)
2014 ‘서울,
한강을 걷다’ (유나이티드 갤러리)
2013 ‘1년’ (갤러리 그림손)
2011 ‘서울,
한강을 걷다’ (국민일보 갤러리)
2011 ‘서울,
한강을 걷다’ (갤러리 그림손),
2) 주요 그룹전
및 기획전
2025 ‘100, 나를 채우다’ (구때 갤러리)
2025 ‘어느날
불쑥 展’ (갤러리 24K)
2025 ‘서울 썸머바이브’ (노들섬 갤러리)
2024 ‘거북이
걸음 2024’ (구띠 갤러리)
2023 ‘Round Table 展. 한중 현대미술가 초대전’ (갤러리 에이)
2023 ‘예술로
떠나는 여름 여행’ (구띠 갤러리)
2023 ‘소녀.돼지.신화.평형.낭만’ (큐 아트 스페이스)
2022 ‘예술의
시간, debris-예술과 주변성에 대한 단상-‘ (해운대
아트 센터)
2022 ‘코로나를
통과한 예술가들-작가님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어요?’ (아트레온
갤러리)
…
2012 DNA-15인전 (유나이티드 갤러러)
2011 한.러 21주년 문화 협력 교류전 (러시아
Les Oreades Gallery, GM18 Gallery)
2008 Asian-Pacific photo
print competition Winning Works. (삼성동 코엑스)
*사진집
<이분의 일> 한스 그래픽 2020
<서울 한강을 걷다 10년>. 한스 그래픽.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