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정혜_ 만들어가는 이야기 (2017. 10. 25 – 10. 31)


사진으로 나타난 꽃 위에 부드러운 한복 천(노방)이 감싸고 있다. 어른거리는 듯한 초점을 흔들며 사진과 천의 사이로 꽃이 투영된다. 사진과 천이라는 오브제로 만들어진 표면에는 수공의 흔적이 덮는다. 바느질은 꽃잎을 촉각적으로 안겨준다. 꽃잎위로 떠다니는 나비나 벌레들은 별도의 존재이면서도 공모의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배정혜는 꽃을 다양한 시각, 낯선 시간과 거리 속에서 들여다보았다. 어떤 모습이 꽃의 진실이거나 참된 모습일까? 이는 비약해서 자신의 존재에 대한 성찰로 역류한다. 거울에 비친 나는 누구인가? 나를 보는 무수한 타자들의 시선과 나라고 믿는 나의 시선들, 이 이질적이고 무수한 차이를 지닌 시선들이 교차하고 미끄러진다. 사실 모든 ‘나’, 모든 ‘자아’란 결국 그가 속한 ‘세계’ 안에 있는 것이고, 그 세계의 규정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이다. 지금의 나는 온전히 내가 마음먹은 대로가 아니라, 타인과의 관계 및 상호작용을 통해 만들어진 결과다. ‘존재’한다는 것은 가족, 친구, 지인, 타인을 모두 포함한 더 넓은 공동체의 일원이 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작가는 주목 받는 예쁜 꽃이고 싶기도 하고 한편으론 숨어버리고 싶은 모순된 마음이 공존한다고 하였다. 영원히 익숙해지지 않을 것 같은 낯선 느낌을 천으로 조금이라도 가려 보려 한다 말했다.
배정혜의 작업은 광의의 자화상에 해당한다. 꽃은 특정 대상이자 자아를 대리한다. 다기한 시점에 의해 다르게 다가오는 꽃의 모습, 조각난 이미지들의 결합과 해체로 이루어진 꽃은 자아를 보는 여러 관점의 충돌을 반영하고 그러한 꽃/자아를 보듬고 치유하고 위안을 주는 역할을 하는 것은 촘촘히 박아나가는 바느질, 부드러운 천의 감쌈, 그리고 꽃의 향을 향해 모여드는 나비와 벌레 이미지의 개입이다. 이 모든 것들은 분열된 자아를 위무하는 상징적 연출이다. 작가는 단일한 총체적 시점을 지우고 변화무쌍한 차이를 노정시키면서 자신을 바라보는 여러 관점을 생각하게 한다. 안정적이고 고정된 자리가 아니라 다기한 관점과 모호함 속에서도 여전히 긍정적인 생에 대한 꿈을 망실하지 않으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