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의 여정 김언주 개인전 (2017. 9. 20 – 9. 25)


봄. 여름. 가을. 겨울.

얼어붙은 찬 계절, 말라붙은 나무는 들리지 않는 호흡으로 죽은 듯 서 있다. 마른 가지에서 다시 생명이 움트리라 상상하기 힘들다.
그러나 바람에 온기가 실려 오고 줄기에 물이 차오르면 기적이 일어난다. 그 메마르고 거칠한 가지에서 연약한 연두 싹이 뚫고 나온다.
어린잎들은 어느새 자라고 무성해지어 청년의 여름이 된다. 작열하는 태양 아래 초록으로 들끓는 숲은 영원히 지지 않을 듯 당당하다.
허나 서늘해진 바람의 숨결이 그들을 스치자, 변화가 일어난다. 자신감 넘치며 자아로 꽉 차있던 초록은 절로 그토록 무성하게 넘쳐났던 것이 아니었음을 깨닫는다. 그러자 아름다운 일이 생겨난다. 초록으로 일관했던 그들이 각기 다른 색으로 변화하며 가장 자신다운 색을 찾아가는 것이다. 태양빛으로 노을빛으로 세상을 물들인다. 이제 그들은 채움을 위한 비움을 감당할 수 있게 되었다. 잃어버리고 헐벗는 빈곤함이 아닌 새 생명으로 채우기 위해 비워내는 시간을 묵묵히 기다리며 감내한다. 그리하여 생명은 겨울로부터 태동한다.

겨울. 봄. 여름. 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