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onjung Lee ∙ 2018.10.03 - 10.09 1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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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onjung Lee   땅의 주름 

2018.10.10 - 10.16 / GALLERY GRIMSON SEOUL

이윤정 개인전_땅의 주름 (2018. 10. 10 – 10. 16) 



전통적인 동양화에서는 산수를 그릴 때 준(皴)이라는 선으로 대상을 묘사한다. 
이때의 준(皴)은 한자로 주름준 즉 바위와 산의 주름을 따라서 선으로 그려내는 것인데 준법은 단순한 선이 아니라 대상의 형태는 물론이고 입체감, 양감, 음영까지도 표현한다. 
산수의 특징에 따라 준법은 다양하게 발달하였고 전통 산수에서는 그리는 산과 바위의 형태에 따라 그것에 적합한 준법을 사용하여 산수를 묘사해왔다. 

나는 끈을 그린다. 
끈 그림을 그린 지는 십여 년이 훌쩍 넘은 것 같다. 
한참은 끈은 은유였고 상징이었다. 끈의 얽힘과 꼬임이 인생의 굴곡이나 존재들 간의 관계를 나타냈다. 점차로 끈의 형태가 변화하고 의미가 변화하여 지금은 그저 끈은 끈이다. 더 정확히 얘기하자면 산수를 표현하는 준의 역할을 하는 끈이다. 대상 표현의 도구로서의 끈이다. 

레이스 끈에 먹물을 흠뻑 적셔 한지에 찍어내어 그 흔적을 나만의 준으로 여기며 산과 바위의 주름을 따라 간다. 구겨지고 꼬인 끈이 한지에 찍힌다. 그 흔적들이 겹쳐지면서 산과 바위의 형태를 만들고 덩어리를 만들면서 전통적인 산수와는 또 다른 산수화를 만들어 나간다. 끈으로 땅의 주름을 읽고 땅을 그린다. 이것이 내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는 첫 번째 과정이다. 
이 위에 서로 다른 색을 여러 차례 겹쳐 입히고 끈의 꼬임을 강조하는 점을 찍는 과정을 지나면 서서히 끈으로 그린 산수의 모습이 드러난다. 

산수의 모습이 완성되어 갈 즈음 그림에 칼을 댈 때가 있다. 
준의 역할을 하며 산의 형태를 표현한 끈만 남기고 나머지 여백을 아낌없이 잘라낸다. 
그러면 끈만 남은 부정형 형태의 작품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