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ngeun Oh ∙ 2014.07.16 - 07.22 1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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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ngeun Oh    Requiem

2014.07.16 - 07.22  /  GALLERY GRIMSON SEOUL

  

추상적이거나 반추상적인 작업을 주로 하지만, 작가 오종은은 자신의 작품이 환경 문제나 정치적 사건 등 여러 가지 사회적 관심사에서 촉발되었다고 말한다. 작가는 사회적 문제들을 직접적으로 화면에 등장시키는 대신, 질감과 터치, 색채와 같은 조형적 요소들로 구성된 은유적이고 환상적인 공간과 그 속을 유영하는 낯선 형체들을 창조했다. 현실을 구성하는 사실적 요소들이 작품 속에 복사되듯이 찍혀야 한다면 미술은 현실의 중복 이상이 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오종은의 작품은 예술에 표현된 현실이 언제나 ‘체험된 현실’일 수 밖에 없으며 이 체험된 현실의 장소로서의 작품은 그 자체로 독자적인 생명력과 존재 의의를 갖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작품과 현실이 연관을 맺는다는 것은 두 가지가 기호와 지시대상으로서의 일대일 관계를 형성한다는 말이 아니다. 오종은이 만들어내는, 꿈과 무의식의 공간으로서의 작품의 장소는 오히려 현실과 일종의 ‘탯줄’을 통해서 연결되어 있다. 탯줄은 영양소를 공급하며 생명의 지속이라는 절대적 조건을 통해 외부와 내부를 연결시킨다. 이 탯줄을 통해 현실과 내면 사이에 세워져 있던 견고한 대립의 틀은 녹아내리고, 세계 속에 주관적 감각들이 풀려나며 현실의 엄혹함과 꿈의 유연함은 혼합된다. 작품이 현실을 바꿀 수 없다는 상투적인 주장은 나와 무관한 ‘현실 그 자체’란 한번도 있어본 적이 없다는 자각의 지점에서 힘을 잃는다. 탯줄로서의 캔버스는 일종의 전이지대와 같은 역할을 한다. 이곳은 현실과 대립하는 공간이 아니라 현실과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현실을 뛰어넘는 공간이다. 오종은의 작품이 이런 전이와 변형을 지향하고 또 그것을 실제로 만들어낸다면, 그것은 그의 작업이 단지 주관적인 암호에 머물지 않고 어떤 식으로건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소통을 향하기 때문일 것이다. 


 

-조선령(독립 큐레이터) 글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