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하고 원시적인 본능을 동경하는 인간의 자연에 대한 회귀 심리는 기계화되고 복잡한 문명사회를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꾸준하게 작용해 온 것으로, 이는 시간과 문명을 뛰어넘는 보편적인 감성의 추구라 할 수 있다. 인간의 욕망은 문명 발달에 꾸준한 동력으로 작용했지만, 맹목적인
욕망의 추구는 마치 목마른 자가 바닷물을 마시는 것과 같이 더 큰 갈증을 불러오고 있어서, 물질적 풍요의
대가로 오히려 정신적 빈곤과 피로를 겪고 있다. 자연과 인간을 욕망 충족의 대상으로 보는 타자 정복적인
자연관에 의해서 생태계의 파괴가 심화되고 있을 뿐 아니라 인간 내면의 삶의 질서가 황폐화되고 있다. 우리
인간들의 지속 가능한 생존을 위해서라도 현 시대에 절실히 요구되는 것은,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바라보는
기본적인 관점을 바꾸고, 정복적이고 소유지향적인 욕망을 자제하는 것이다.
이런 관점을 토대로 나의 사고와 감성을 조형화하는 것이 작업의 주제이며, 풀과 나무와 꽃과 같이 새삼스러울 것은 없지만 나의 마음에서 가장 친근하게 떠오르는 자연물을 주된 소재로 작업을
풀어내고자 하였다.
대상을 형상화함에 있어서는,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도 최대한 현재로부터 멀리 떨어진 낯선 곳으로 나의 상상을 멀리 보내서 현실세계에서 잃어버린 순수성을 강조하고자 하였다. 헛된 욕망의 굴레에서 허덕이는 인간성을 회복하자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대상들을 생동감 있고 자유분방한 선으로
형상화함으로써 건강한 생명력이 느껴질 수 있도록 추구하였다. 나무와 식물의 이미지들은 최대한 단순화하여
배치함으로써 현대사회의 혼돈과 애매함에 대비를 두면서, 강렬하면서도 순박한 색채의 미감과 기교를 부리지
않는 형태 표현으로 나만의 원시주의적 조형의지를 담고자 하였다. 아울러 나무와 식물의 주된 이미지와
더불어 자연을 이루고 있는 태양, 바람, 산과 숲의 이미지들을
단순 추상화하여 조화롭게 배치함으로써 자연의 조화를 정겨운 감성으로 표현하였다.
작업 전체적으로는 태초 始原의
느낌과 속박되지 않은 자유로움, 분출하는 에너지와 생명력에 대한 노스탤지어의 감성이 나타나도록 표현하되, 그 근원에는 자연과 인간을 바라보는 나의 따뜻한 감성을 형상화하고자 하였다.
우리는 자연의 일부이며 생명체계의 중요한 구성요소라는 점을 다시
한번 상기하며, 우리가 잃어버리고 있는 자연과 인간의 조화와 균형을 찾아 떠나는 사유의 공간을 제공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