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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태의 작업

 

빛이 그린 그림, 시간이 만들어준 환영

 

고충환(Kho, Chung-Hwan 미술평론)

 

 

회화의 존재의미와 관련해 다양한 정의가 가능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전통적이고 전형적인 정의로는 단연 재현이랄 수 있다. 사물, 세계, 대상의 감각적 닮은꼴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일종의 빛의 그림이랄 수 있는 사진이 등장하면서 심각하게 재고되기에 이른다. 이렇게 세계를 재현하는 몫을 사진에게 넘겨준 회화가 차선책으로 찾아낸 길이 소위 추상으로 대변되는 형식주의 미술이며, 모더니즘 서사가 그 논리를 뒷받침하게 된다. 이처럼 모더니즘 서사가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동안 서로 나뉘어져 있던 사진과 회화가 재차 만나지는 지점이 하이포리얼리즘이다. 주지하다시피 하이포리얼리즘은 사진보다 더 사진 같은 회화를 지향하면서 기존의 사진과의 차별성을 견지하고자 했는데, 돌이켜보면 이는 실제보다 더 실제 같은 가상(혹은 이미지)을 주장한 장 보드리야르의 시뮬라시옹 이론을 선취하는 것이었다(보드리야르 자신이 이론가이면서, 곧잘 자신의 사진으로 전시도 한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그리고 그 영향이 한국현대미술의 현 경향성에로 연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최근 수년 내에 이루어진 비중 있는 기획전들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이를테면 곧잘 재현의 논리를 매개로 하여 사진과 회화와의 관계를 다루는 전시행태를 통해 사진 같은 회화 혹은 회화 같은 사진이 이제 더 이상 낯설지 않게 된 것이다.

외관상 김기태의 작업은 이렇듯 사진 같은 회화 혹은 회화 같은 사진의 연장선에 있으며, 사진과 화화와의 사이쯤에 위치해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도 사진의 현재(이를테면 포토샵과 같은 컴퓨터 조작에 의한 사진이나 디지털프린트와 같은 첨단의 사진으로 진화하는)를 추종하기보다는, 사진이 막 태어나던 과거로 자신의 작업을 소급시키는 것 같다. 사진을 직접 찍고, 현상하고, 캔버스에 인화하고, 그 위에 그림을 덧그리는 전 공정에 대한 철저한 수공성을 고집하는 것이다. 이는 사진의 미학이라고 부를 만한 미덕이 현대사진의 첨단적인 면면들(이를테면 이미지 조작과 관련된)보다는 전통적이고 전형적인 아날로그 사진에 엿보이는 예스러움과 그 예스러움이 암시해주는 어떤 본질적이고 존재론적인 국면에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가 프레임 속에 불러들인 피사체를 보면 도심이 아닌 한적한 시골풍경이며, 그마저도 사람을 찾아볼 수 없는 자연 풍경 그대로이다. 혹은 목책이나 묘지 그리고 허름한 촌락처럼 자연에로의 퇴화 과정이 상당할 정도로까지 진행되어져서 사실상 자연과 구별되지 않는 인공의 흔적들이다. 화면에서 흔적은 이런 인공의 부산물만은 아니다. 사람 역시 그 자체로서보다는 오로지 과거와 흔적과 부재의 형태로서만 암시된다. 작가의 작업은 이처럼 존재 대신 부재를 향한다. 과거의 한 순간에 그기에 사람이 있었음을 증명(암시?)하는 것이다.

 

김기태의 작업은 이처럼 사진과 회화의 경계를 허물고, 현실과 비현실의 차이를 넘나들며, 존재와 부재를 하나의 결로 직조해낸다. 잊혀진 것들, 시간의 저편으로 사라진 것들, 그 존재감이나 실체감이 희박한 것들, 아득하고 아련한 것들을 환기시켜주는 그 이미지들은 마치 비물질적 시간에다가 질료와 형태를 부여해준 것 같은, 비가시적 시간을 가시화한 것 같은 어떤 의외의 지점을 열어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