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oktae kang 파랑새가 부유하는 시간들 2017.04.26 – 05.02 / GALLERY GRIMSON SEOUL
파랑새가 부유하는 시간들 강석태 (2017. 4. 26 – 5. 2)
행복을 쫓는 아이가 있다. 귀를 막고 앞과 위를 번갈아 보며 달려간다. 무지개 빛깔이 도는 기억의 정원을 지나 낯익은 문 앞에 멈추어 선다. 방안에는 오래 전 나와 닮은 소년이 서 있다. 고함을 크게 지르고는 어느새 사라진다. 꿈에서 깨면 어제의 일상 속에서 미끄러져 온 내가 나를 본다. 요술쟁이 할머니가 건네 준 다이아몬드가 박힌 초록 모자도, 빛과 개와 고양이, 빵의 요정도 사라지고 없다. 내가 보고 있는 풍경은 어제의, 또 오늘의 일상이다. 다들 바쁘게 무언가 중대한 일을 하고 있는 듯, 목적을 만들며 이루려 한다. 어제와 오늘 사이에 내가 있고, 사랑하는 모두가 있는데, 내일에서 행복을 찾으려 애를 쓴다. 어쩌면 오래 전 마테르링크가 틸틸과 미틸을 통해 찾으려 헤매던 파랑새를 아직도 나는 찾고 있는지 모른다.
검은 먼지와 같은 욕망의 시간 속에 가려져 드러나지 않는, 일상의 처마 밑으로 날아든 파랑새를 보려 한다. 마음의 눈으로 다시 주위를 바라본다. 아기의 손끝을 스치고 있는 곰 인형의 머리에도, 방안에 스미는 늦은 오후의 햇살에도, 베란다에 뒹구는 흙만 담긴 화분과 그 속에 갓 피어난 새싹의 어깨에도, 파랑새는 부유한다. 언제나 우리의 일상을 부유하고 있다. 다만 그 시간들을 보지 못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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