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esam Lee & Sungpil Chae_그림손 기획 ∙ 2016.11.02 – 11.15 1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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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esam Lee / Sungpil Chae   Earth&Fire

2016.11.02 – 11.15 / GALLERY GRIMSON SEOUL

흙과 불_ 이재삼, 채성필 갤러리 그림손 기획전 (2016. 11.2 – 11.15) 



인류문명의 근원이 되는 흙과 불은 인간에게 가장 정신적이며 생명적인 에너지를 가져다 주는 요소였다. 흙과 불은 물, 공기와 함께 우주 만물의 중심에 있으며, 인간에게 새로운 세계의 변화를 가져다 준 자연의 원리이며 다양한 현상의 밑바탕이 되는 존재적 형태이다.
이 기본적인 요소는 인류 발달과 더불어 예술을 추구할 수 있는 인간의 내적 생성과 창조적 욕구를 충족하기에 이르렀으며, 이 요소를 통해 예술의 가장 근본적인 물질적 매개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동양에서의 흙은 단순히 물질적인 재료의 차원을 넘어 인간의 탄생과 죽음에 연루되어 있는 상징적인 매체이자 대지의 개념을 포괄하며 생명의 모체로 인식되는 문화적 매체이기도 하다. 흙의 존재와 구성은 태어난 곳이자 되돌아가야 할 숙명적인 근원지이며, 은혜적 존재이고 안식처이다. 인류의 창조의욕은 흙이라는 재료를 통하여 풍부하게 표현, 발달되었음을 알 수 있듯이, 흙은 절대적인 힘을 가진 생존과 삶의 근간인 것이다. 
우리는 흙을 통해 자연의 기초적 생명의 근원이 무엇인지 알 수 있으며 흙이 곧 우리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자연의 기초에서 파생된 불은 인간이 만들어 낸 인류문명의 거대한 힘이며 다른 자연과의 존재에서 차별된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인간 기술의 원천인 불은 그 자체가 생명력의 상징으로 그 자신의 영원함은 인간의 정신생활에도 깊은 영향을 주었다. 타오르는 불꽃은 마지막 불씨가 되어서도 새로운 생명을 가진 것처럼 강한 상징성으로 동양에서는 불의 사용이 다양한 의미를 담고 있다. 불은 인간이 자연을 지배할 수 있는 힘이며 파괴자이기도 하기 때문에 과거에서 현재까지 불은 너무나 많은 다양성과 의미, 상징을 만들어 내며, 미래적 기술을 첨부하여 새로운 에너지원을 탄생시키고, 발전해 나가고 있다.

이렇게 가장 우주의 근본적인 흙과 불을 예술의 근원이라 말하며 표현하는 채성필, 이재삼 작가의 작품을 통해 가장 본질적 예술의 근원을 찾고자 한다.
예술의 표현은 자연의 일부이며 인간의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채성필의 ‘흙’은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이다. 재료로서 흙을 사용하기 보다 흙을 통한 자연으로의 귀환, 삶의 과정과 찰나의 순간, 우연적 운명을 보여주며 가장 근원적인 것이 예술인 것을 나타내고 있다. 천연 흙은 그대로의 모습에서 불과 결합을 하고 물을 만나 자연발생적인 균열, 단층, 협곡이 생기며 시간의 흐름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러한 표현은 작가가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그려지는 그림으로 우리의 자연현상을 그대로 표방하고 있으며 우주의 흙, 불, 물, 공기를 원초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채성필 작가의 작품은 보는 각도에 따라 우리가 만나는 감정과 느낌을 다르게 전달하곤 한다. 때로는 잔잔한 평야를 보여주다가도, 한 순간에 역동적이며 숨막힐 것 같은 긴장감을 한 화면 안에서 전달하곤 한다. 흙에 본연 각각의 색이 주는 의미는 작가의 손과 정신을 거쳐 아름다운 구상표현이 될 수도 있으며, 거친 산맥과 물의 기운은 어느 순간 추상 표현 형태로 변화하여 우리에게 다가온다. 작품의 표현이 다각도의 새로운 현상을 보여준다 하더라도 작가는 그 순간의 감정과 이상을 그대로 표현하고자 한다. 대부분의 추상표현과 달리 『Earth and Moon』은 말 그대로 흙과 달이 만났다. 달항아리조차 흙으로부터 나온 조형물이다. 흙의 자연적 기운은 항아리 속에 담겨 온 우주와 대지를 품고 있다는 맥락과 같은 의미임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시각적 형식이다. 
작가는 흙의 공간을 그리며 흙의 본질을 닮아가고 싶은 마음을 작업을 통해 찾아가고 있다.

불과 공기가 만나 생성된 목탄(숯)은 이재삼에게 자연의 본성과 구조를 나타내는 기초적인 재료이다. 이재삼 작가는 “목탄은 나무를 태워서 숲의 영혼을 표현하는 사리이다.” 라고 하였다. 이렇듯 작가에게 목탄은 단순한 재료이기보다 정신적 도구이며 영혼의 표현체로 우주세계를 이해하는 구조적 형식이다. 자연의 일부분인 검은 빛 목탄을 예술적 심미안으로 끌어내어 자연의 거대한 순리를 검은 공간에 존재하게 만들었다.

목탄(숯)은 나무를 많은 시간에 거쳐 탄화시킨 불의 소산이다. 이 고체 생성물은 그 자체 빛을 흡수하는 성질이 있어 마치 그 안에 물을 머금고 있는 것 같은 깊은 색조를 가능케 하기 때문에 자연의 본질을 그대로 그림의 본질로 옮겨 놓을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목탄의 검은 색감은 인류태초의 어둠에서 불의 소산인 숯을 만나 자연의 영원함을 지향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면 천 안에 수없이 문지르고 비비며 그려 올린 검은 깊이는 소멸된 자연이 목탄으로 환생하여 다시 자연의 풍경을 생성하고 있는 듯 하다. 이러한 풍경은 달빛과 더불어 살아있는 생명체의 기운을 불어 넣어 마치,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는 또 다른 영역의 자연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작가가 보여주는 검은 풍경은 실재의 구상에서 비가시적 구상까지 작가의 정신과 에너지를 그대로 표명하는 산물이며 기운인 것이다.

채성필의 흙은 지극히 정적인 소재이나 물을 만나 역동적이며 에너지적인 힘을 발휘하는 구성으로 표현되었으며, 반대로 이재삼의 목탄(숯)은 동적인 불을 만나 생성된 것으로 지극히 정적인 검은 자연을 표현하고 있다. 이번 전시 기획을 통해 채성필과 이재삼의 ‘흙과 불’은 인류가 만난 가장 기초적인 요소에서 가장 근본적인 예술의 근원이 무엇이며 우리는 이 우주에서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소중하고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할 수 있게 제시하고 있다. 

-갤러리그림손 디렉터 심선영 


나에게 목탄의 검은 빛은 검은 색이 아닌 검은 공간으로 존재한다. 
내가 주목하는 것은 숲으로 이루어진 사물 그 자체가 아니라 사물과 사물 사이의 고유한 형상에 대한 그 너머가 만들어내는 적막함이며 무수히 많은 숲과 나무 사이의 깊고 보이지 않는 어두운 공간 속에 비경을 담고자 하는 침식된 풍경이다.
숲과 나무는 깊은 어둠의 공간속에서 기지개를 펴는 표정인데 달빛에 비친 음혈의 신령한 존재로서 드러나며 달빛소리, 달빛기운, 달빛냄새가 목탄으로 채색되고자 하는 의지이다. 
그리고 단 하나의 목탄이 화면에 부딪쳐 으스러지는 가루에 나의 정신과 혼이 묻어나길 바라는 마음이다. 

-이재삼 


나는 흙이 좋다 
흙’과 함께 작업한 것이 벌써 20년이 되었다. 
나는 그렇게 흙이 좋다. 
흙을 만지면, 어릴적 흙 놀이하던 아이가 된 거 같고, 
흙으로 그림을 그리다보면, 어머니를 만난 듯이 편안하다.
온 몸에 흙물을 튀겨가며 작업을 하다 보면, 나는 어느새 바람부는 들판을 걷는 것만 같다. 
나는 그렇게 흙이 좋다. 세상 모든 것이 다 바뀌어도 흙은 늘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채성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