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ok Suh The Timeless Doll 2013. 12. 11 - 12. 17 / GALLERY GRIMSON SEOUL
서타옥 개인전_The Timeless Doll (2013. 12. 11 - 12. 17)
인형은 일반적으로 제 시대의 패션을 반영하지만, 항시 그런 것은 아니다. 오랜 동화책이나 환상 이야기 속 등장인물이 인형의 모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인형은 동시대의 머리 유행을 따르면서 과거의 의복을 입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인형의 시간>은 현재의 시간을 벗어나 먼 옛날까지도 혹은 미래까지도 자신의 시간으로 삼을 수 있다. <인형의 시간>은 그것이 제작된 시대와 관계없이 과거와 미래를 향하면서 영원에 접근할 수 있는 것이다. 서타옥의 앤티크 인형들은 분명 19세기 후반 혹은 20세기 전반부의 유럽을 지시하지만, 그들의 패션은 그때와 무관한 시대와 연결될 수 있는 것이다. 시간을 벗어난 인형의 시간은 패션뿐이 아니다. 그들의 몸에도 깃들어 있다. 인형의 얼굴에는 삶의 고통에서 영원히 해방된 평온함이 있고, 뾰로통한 어릿광대의 입술에는 언제나 장난기가 서려 있다. 호기심으로 가득 찬 아기 인형의 눈은 영원히 감을 줄을 모른다. 더욱이 <인형의 시간>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도자기 인형과 비스크 인형은 플라스틱과 나무로 만든 인형과는 달리 움직이는 관절을 갖지 않는다. 처음의 자세와 제스처를 영원히 바꿀 수 없는(바꾸지 않는) 도기 인형은 영원한 <인형의 시간>을 육화하고야 마는 것이다. 그러나 하늘 아래 변치 않는 것은 없다. 따라서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인형은 없다. 먼 과거를 품은 인형은 그 시간의 길이만큼 변해 있는 법이다.
- 최봉림 사진비평가 글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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