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 actually ∙2008.08.20 - 08.31 1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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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actually 

2008.08.20 - 08.31 / GALLERY GRIMSON SEOUL 

프로젝트 그룹 Cotton Candy의 오프닝 퍼포먼스가 있습니다

전시기획 안세은
참여작가 김형석 박예슬 손한샘 안세은 이주은 주영신 최원정

프로젝트 그룹 Cotton Candy
고지현, 김가영, 김선지, 반윤선, 서지은 신귀혜, 안초롱, 오누리, 옥구슬
원영미, 유은열, 이영임, 이유경, 이재희, 정다희 조민혜, 조수선, 최희정
후원 본 전시는 서울문화재단의 후원으로 이루어집니다 



이루어 지지 않는, 알 수 없는 사랑
사랑에 대한 정의를 구하는 것은 다이달로스의 미로에 스스로 걸어 들어가는 것과 같다. 이카루스의 날개를 구하지 않는 한 빠져나올 방법 따윈 없기 때문이다. 사랑에 관한 방정식은 마치 수 만 가지의 변수 X에 희롱당하는 Y값과 같다. 애당초 정답은 존재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럼에도 무수히 많은 철학자들과 몇 번의 연애경험을 밑천 삼은 우리는 끊임없이 그 불가능한 답을 얻어내려 한다. 

“나는 너를 사랑한다. 아니 사랑만으론 부족하다. 나는 너를 열렬히 사랑한다.” 
앙드레 지드는 인간이 상상해 낼 수 있는 모든 최상급의 장식으로 쌓아올린 사랑이란 단어마저도 그 본질을 이해하기엔 부족할 뿐이라고 절망적으로 외친다. 그리고 그런 자신의 무능함에 좌절한다. 지드의 고백은 <송가>의 한 구절과 닮아 있다. ‘아 너는 진실로 교목처럼 크고, 나는 너의 그늘 아래 잠이 든, 여름철 보채는 소년에 불과하다.’

현대 철학에서 냉철한 마르크스주의 사상가로 첫 손 꼽히는 루이 알튀세르는 12년간 단 한 명의 여인에게 500통이 넘는 편지를 썼다.
“내 사랑, 당신이 내 앞에 펼쳐 놓은 공간을 없애기 위해 끝없이 걷고 있소. 이것은 욕망이요. 그대를 만나서, 얘기하고, 만지고 싶은 욕망 말이오. 내 사랑, 그대가 답장을 쓸 수도 있었을 텐데. 아닌가요? 그렇다면 내가 더 많이 편지를 쓰겠소. 당신 몫까지.”
유물론적 정의는 사라진 채, 자신이 쌓아온 수 십 년간의 철학적 성과도 내 버린 채, 정숙한 아내의 그림자를 뒤로하고 다른 여인에게 무릎을 꿇고 애원하고 있다. 아니 구걸한다. 당신이 편지를 보내지 않는다면 기꺼이 내가 더 써 보내겠노라고. 
샤르트르와의 계약 동거. ‘여자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라는 여자의 존재 독립을 선언했던 시몬드 드 보루아르. 그녀도 미국 강연 여행 중 만난 퓰리처상 수상작가 넬슨 앨그렌에게 20여 년간이나 연애편지를 보냈다. 
“당신을 위해 설거지도 청소도 하겠어요. 달걀과 럼주 케이크를 사러 가겠어요. 만약 당신이 내 사랑을 못 본채하고 다른 여자를 만진다면 그녀는 죽고 말거예요.”
샤르트르는 사랑은 투철한 페미니스트를 여자로 만들어버린다며 기꺼이 투항했다. 당신이 원하기만 한다면 당신의 식모처럼, 노예처럼 살아가겠노라고 고백한다.

소주 한 잔에 진행되는 술자리의 책임 없는 주장들에도, 서점을 가득채운 애정 소설 속에도 사랑은 존재한다. 그러나 신비에 둘러싸여 순결한 속살을 드러내지 않는 이 고대 도시의 언어 같은 사랑은 여전히 난공불락의 성일뿐이다. 몇 몇 모험가들이 밤의 어둠을 장막 삼아 그 안을 들여다보았다 떠들어대지만 그들의 말은 쉽사리 신뢰할 수 없는 종류의 것이다. 어쩌면 작가 최인호의 이야기처럼 사랑이란 이미 그 본래의 의미를 상실한 채 형태를 알 수 없게 죽어버린 사어로 남겨져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단지 우리는 세일런의 노래 소리를 따라가는 불쌍한 오디세이의 후손들일뿐.

그래도 사랑은 유효하다. 사랑과의 동의어는 물론, 그 유사어조차도 만나본 적이 없기에 유일의 가치를 빼앗길 수 없다. 언젠가부터 상처 받는 것이 두려워 사랑을 회피하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그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 있다. ‘상처를 겁내지 마라. 흉터란 투사의 표식이다.’ 
사랑에 대한 정의 따윈 내던져 버려라. 말장난이 필요한 건 기회를 잃어버린 노년의 소일거리로 충분하다. 그대들에게 필요한 것은 한 낮의 태양이 서산을 넘어가기 전 살갗을 긁히고 피멍이 들며 온 몸으로 자신의 드라마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리곤 비로소 그 고단한 여정이 끝나는 날, 누군가의 옷깃을 잡으며 ‘사랑이란’ 첫 마디로 이야기를 시작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김 태 훈 (팝 칼럼리스트, 방송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