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구 개인전 ‘살아지다 사라지다’ ( 2012. 3. 14 - 3. 20)
이성구의 작업에는 기성가치에 도전하는 익명화된 이런저런 사람들과 모나리자, 아그립파 등 역사나 사건 속의 구체적 인물들이 등장한다. 실제 인물을 그대로 제시하기 보다는 부분적으로 드러낸다. 용접소조술로 이들을 성형후 다시 두개골 부분을 절개해내거나 신체의 특정 부분을 절단해서 익명화시켜버린다. 신체가 부분 분리되어 함께 공존하거나 어둠과 희망, 빛과 밝음, 좌절과 욕망, 남성과 여성, 과거와 미래, 기성과 현실, 전통과 현재, 제도와 실제 등 세상에 존재하는 양가적인, 모순된 존재와 욕망을 지적하고 있다.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세태와 감정을 양립시키고 있다. 야누스적인 우리네 욕망을 대리해서 고백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성구의 용접작업은 용접봉으로 그려낸, 엮어낸 세상이야기다. 지지고 볶는 세상사를 용접봉으로 지지고 달래며 자아낸 세상만사다. 연극 같은 무대를 만들고 주인공을 돋을새김으로 올려놓는다. 주인공은 세상으로부터 벗어날 듯, 쫓겨날 듯 간신히 매달려 의탁하고 있다. 불쑥 현재로부터 과거로, 과거로부터 현재로 들어갈 듯, 튀어나올 듯 개입한다. 앗상블라주, 콜라주, 몽타주화된 일종의 이미지 콜레 작업이다. 지져서 일구어낸 표면질감, 즉 마티에르를 따라 들어가며 작가의 호흡을 추체험하는 경험도 특별하다. 수천도가 넘어가는 뜨거움에 몸부림쳤을 고통의 흔적이자 결과다. 불가마 속 도자기를 보듯 그것의 시종을 함께하고 지켜본, 행위를 가한 가해자로서 작가 이성구가 떠오른다. 상처를 가하고 어루만지는 아이러니가 숨어 있다. 그러나 자신을 녹이며 상대에게 스며들어가 상대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새로운 화해와 표정으로 이 모두를 끌어안는다.
- 박천남 (성곡 미술관 학예연구실장)글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