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경 Kim B.K 1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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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 Bongkyoung 


삶의 마지막을 목전에 두었을 때 나는 얼마나 의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스스로에게 늘 궁금했다. 남이 알아주지 않더라도 내면에 충실한 삶, 나 스스로에게 떳떳한 삶, 굳은 의지와 뜨거운 열정으로 가득한 삶에 대한 추구는 그림의 주제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나는 일련의 작업을 통해, 인간이 삶에 내재된 허무를 스스로 극복하고 삶의 주체성을 확립하는 모습을 그려보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과거의 역사나 신화, 종교를 살펴보며 나보다 앞서 시대를 살았던 이들이 남긴 흔적 속에서 단서가 될 만한 소재를 찾아나섰다. 똬리를 틀고 자신의 꼬리를 삼키는 뱀, 땅속을 뚫고 솟아오르는 죽순과 매미, 동굴 속에 은둔하는 구도자, 뿔이 달린 토끼와 털이 난 거북이,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나그네쥐, 바위에 몸을 휘감고 있는 뱀들의 도상들은 도석(道釋), 초충(草蟲), 영모(翎毛), 전통적 회화의 표현방식을 빌어 비단 (絹畵) 위에 옮겨졌다.

오늘날, 사람들 사이에서는 어떻게 사느냐라는 화두가 유행이 된 듯하다. 그만큼 사회에 정신적 니힐리즘이 범람하고 있다는 반증(反證)이 아닐까 생각도 든다. 나의 그림은 그런 세태에서 벗어나 내적인 정신에 충실하고 정직하게 살아보고 싶다는 나 스스로의 바람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