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ngja Je ∙ 2010.10.20 – 11.01 1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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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gja Je     Spacial counterpoint played with Beosun

2010.10.20 – 11.01 / GALLERY GRIMSON SEOUL


Je, Jung Ja - Spacial counterpoint played with Beosun (2010 10. 20 – 11. 1) 

제정자가 우리의 전통미를 담고 있는 오브제 가운데 하나인 버선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어린 시절의 어머니에 대한 아련한 추억과 함께 세계미술교류협회장으로서 여러 차례 외국을 방문하는 과정에서 경험하게 되는 외국 문화에 대한 대응 논리로서의 우리문화를 생각하게 되는 기회가 많았던 것으로부터 기인한다. 작가이기 이전에 한국 여성의 한 사람으로서 자기 정체성을 모색하는 자연스런 결과가 바로 버선으로 귀결된 것일 수 있다. 작가는 자신이 우리 고유의 의복전통을 대표하는 버선에 집중하는 이유에 대하여“세계의 유수한 아트페어 등을 다녀보니 유명작가들의 작품이 결국 자기의 것(역사 또는 전통)을 토대로 한 것이더라”는 답을 한 적이 있다. 
요즘처럼 국제적으로 전례 없이 신속하게 정보가 소통되고 작가와 작품의 교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시기에 작가로서 창작에 임하는 자세가 국내에만 국한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국제적 무대만을 바라보고 작품을 제작할 수도 없으니 결국 이 양쪽을 동시에 아우르는 창작의 모티브를 적절하게 선택하는 것은 그 어느 때보다도 작가들에게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자국의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현대적이어서 국제적 공통언어로서 유통될 수 있는 주제와 이를 구현하는 형식이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정황에서 일찍이 제정자가 선택한 버선이라는 모티브는 국내 뿐 아니라 국제적 경쟁력을 갖추기에 손색에 없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제정자가 버선을 작품의 모티브로 도입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초부터였다. 이처럼 버선의 조형성과 상징적 의미를 작품에 도입한 제정자의 화면에는 실물보다 작은 버선이 화면 가득 상하좌우로 배열되어 있거나, 또는 화면의 한 부분의 지형을 이와 같은 패턴으로 버선이 배열되어 있도록 구성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제정자의 화면에 상하좌우로 무한증식하듯 전개되는 작은 버선들은 그 하나하나가 조형적 요소로서의 모듈이면서 화면 가득 군집된 상태에서는 전체적으로 균질한 미니멀리즘 형식의 화면을 구성하기도 하고 동시에 각각의 버선들이 드러내는 미세한 볼륨감과 곡선의 반복에 의해 미묘한 리듬감을 연출하기도 한다. 하나하나의 버선에 가해진 네모난 점들이 빚어내는 반복의 율동과 리듬 역시 화면의 생기를 더해주고 마치 제작과정에서 작가가 떠올렸던 수많은 이야기들이 작가의 손을 통해 화면 밖으로 한꺼번에 울려 나오는 듯하다. 작가는 이러한 버선으로부터 파생되는 조형적 요소의 이중적 성격을‘정(靜)과 동(動)’으로 표현해왔다.

환갑을 훨씬 넘긴 원로 작가의 화면답지 않게 작은 버선 하나하나를 일일이 손질하고 배열하고 부착하여 채색과 마무리를 직접 해나가는 강도 높은 작업과정을 통해서 제정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결국 우리 국민 고유의 정체성을 부각시키고자 하는 정서와 더불어 인간 개개인의 삶에 스며든 공통적인 정서인 희로애락의 파노라마를 대형화면에 풍부하면서도 절제된 상태로 제시하는 것이다.

버선을 모티브로 하는 제정자의 작품은 선명도 높은 색채의 변화와 일부 버선의 반쪽 면을 제외시킨 채 화면에 부착하는 변주에 의한 새로운 질감을 느끼게 해주며, 그리고 무엇보다도 버선이 갖는 조형적 특성 가운데 하나인 곡선의 미를 확장시키는 조각 작품들로 진화되어 나아가기도 한다. 여인의 발목을 감싸는 듯이 팽팽한 볼륨감을 유지한 상태로 하늘을 향해 수직으로 서있는 버선의 모습을 대리석으로 정교하게 깎아낸 제정자의 조각은 회화 속의 버선들의 조형성과 율동미를 3차원의 공간으로 확장시킨 작가의 또 다른 노력의 산물이며 우리 전통의 여인들의 정서와 삶을 상징하는 버선의 현대적 변용이기도 하다. 마치 전통사회에서 현대사회로 이행해 오는 과정에서 우리 여성의 사회적 지위의 진화를 상징하기나 하는 듯이 우리 생활공간에 우뚝 솟은 제정자의 버선 조각 작품들은 흰색 대리석이 전해주는 소박하면서도 단아한 아름다움과 함께 잘 연마된 세련미와 풍부한 볼륨감으로부터 나오는 당당함까지 우리시대의 여인들의 희망 덕목을 모두 함축 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