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훈 Choi J.H 1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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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i JiH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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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시립미술관은 제11회 장두건미술상 수상작가 최지훈의 초대전을 기획하였다. 장두건미술상은 포항 미술문화의 초석을 이루고 한국미술 발전에 크게 이바지한 초헌 장두건(草軒 張斗建, 1918~2015) 화백의 예술정신을 기리고, 우리 지역 미술 발전을 위해 제정되었다. 매년 공모를 통해 역량 있는 지역작가를 배출하였고, 올해는 대구ㆍ경북으로 응모 범위를 확대하였다. 수상의 영예를 받은 작가는 그다음 해에 미술관에서 초대전시를 개최한다. ‘최지훈-Self Portrait’ 전시는 그렇게 마련되었다.


최지훈은 포항청년작가회와 포항인물작가회 회장을 맡았으며, 현재는 포항미술협회 사무국장으로 활동하며 지역미술 발전을 위하여 노력하는 작가이다. 최지훈은 2015년 이전에 자동차 경주의 꽃이라 할 수 있는 Formula 1(F1)의 한 장면, 이탈리아 페라리(Ferrari)에 연료를 공급하고, 타이어를 교체하기 위해 ‘피트 인(Pit In)’하는 모습을 에어브러시를 이용하여 사실적으로 표현한 작품을 제작하였다. 뛰어난 기술력을 요구하는 F1 레이싱팀 중에 ‘부의 상징’과도 같은 페라리팀을 선택하여 그림으로써 현대인의 바쁜 일상과 성공, 그래서 “화면에 나타나는 형태가 실제로 내 소유물이 되는 것처럼” ‘욕망’을 표현한다. 그림의 동사 ‘그리다’는 무엇인가나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간절히 그리워하는 뜻도 있다. 이렇게 최지훈은 자동차, 아름다운 여성 모델, 화려한 도시에 둥둥 떠다니는 풍선기구(balloon) 등으로 소유욕망을 표현하였다. 최지훈은 이런 작품을 통해 급속한 경제성장과 자본주의 사회에 팽배해진 ‘배금주의(拜金主義)’ 속에 현대인의 성공에 대한 강한 욕망과 동경, 집착을 보여준다. 가난하게 태어나서 풍족한 생활을 하지 못하는 세대에게 소유욕은 어쩌면 당연한 바람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일부 특별한 계층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범사회적 풍조로 매도하는 것은 올바른 시각으로 우리 현실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다. 오늘날 ‘사치품’이 아닌 장인의 예술품으로 치장하는 ‘명품(名品)’이라는 단어는 대중의 올바른 인식과 판단을 흐리게 만들고, 사치품 소비를 정당화하고 조장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최지훈은 붓을 사용하지 않고 에어브러시로 작업한다. 에어브러시는 압축시킨 공기를 강하게 뿜어내어 물감을 분사하는 도구로서, 색의 그러데이션(gradation)을 표현하기에 접합하여 광고와 일러스트레이션 분야에 많이 사용하며 요즘은 그 범위가 점점 확대되고 있다. 압력을 이용한 물감 분무는 화면도색과 섬세하고 매끈한 표현 등에 붓 대신 사용되며, 그 효과는 붓에서 생기는 터치를 남기지 않고, 부드러운 음영과 투명감 있는 색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기법이다. 이것은 붓의 표현과는 비교할 수 없는 물감의 고운 입자의 차이에서 온다. 에어브러시로 큰 화면을 채우는 최지훈의 작업은 마치 자동차 제작의 뿜칠처럼 하나의 기계적 공정으로 고도의 집중력과 끊임없는 인내가 요구되는 노동집약적이며 섬세함이 요구된다. 또한, 뿜칠 하는 면에 다른 색이 뿌려지지 않도록 마스킹(masking) 테이프 작업도 병행해야 한다. 그의 작업은 어느 한 부분이라도 집중력이 흐트러지거나 소홀히 다루게 되면 의도한 것에서 벗어나게 된다.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최지훈의 인물화 역시 에어브러시 기법으로 완성된 것이다. 클로즈업한 자화상은 그동안 이어온 ‘욕망’의 주제로 이제는 사물이 아니라 인물로 대체하였다. 안면으로 화면을 가득 채우는 구성은 인물의 내면적인 기운을 강하게 전하는 효과적인 방법의 하나인데, 작가는 렌즈의 줌을 서서히 끌어당겨 화면 가득히 표정을 강조하며 채웠다. 특히 두 점의 ‘1601, 1602 자화상-동물적’은 부릅뜬 눈과 반대로 꼭 감은 눈으로 대조를 이룬다. 솜털까지 섬세하게 표현하며, 살결의 미묘한 변화와 굳게 다문 입술, 우직한 콧방울, 정면을 노려보는 날카로운 눈빛, 세심하게 강조한 눈 둘레와 눈살, 눈썹주름 등... 사람의 시선을 가장 먼저 끄는 신체 부위인 얼굴에서 표정을 강조한다. 또한, 화면은 강한 인상을 얻기 위해 단색조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표정은 각 부위의 단순한 변화가 아니고 매 순간의 감정과 의지의 변화가 지속적으로 드러나며 밖으로 나타나 ‘인상(人相)’을 주게 된다. 그것은 표정과 마음상태의 긴밀한 관계를 말한다. 작가는 “인간의 기쁨과 노여움, 슬픔과 즐거움을 풀어내는 인물화에는 삶의 고민과 행복이 베여 있다.”라며 인물의 다양한 표현과 조형적 탐구를 통해 대상의 내면세계를 드러내고자 하는 그의 의도를 말한다. 그것은 표현방법과 표현기법에서 오는 ‘변이(變移)’를 통해 충분히 감지할 수 있다.


인물은 미술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 중 하나이다. 서양미술사 역시 ‘인물화의 역사’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인물의 존재는 절대적인 영역이었다. 왜냐하면, 인물의 표정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다양한 형태의 변주와 이념, 사상, 철학 등의 내면세계까지 표현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오늘날 과학과 의식의 발달에 따라 지적사고는 심화하고, 예술가에게 인물화는 양식적으로 세분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최지훈의 인물에 대한 주제의 접근 방법은 서술적인 표현과 상징적인 표현으로 구분할 수 있으며, 외적으로 드러나는 것보다 내적인 세계를 찾아내고, 잠재된 철학적 사고를 발견하여 근원에 물음을 던지고 있다. 그의 인물화는 사실로 일관된 표현 방법을 택하면서도 조형성을 찾고. 인간적인 미를 찾고자 하는 의도에서 시작한다. 톨스토이(Tolstoy, 1828~1910)는 인간의 진정한 행복은 우리가 높이 평가하는 권력이나 부, 지식이 아니라 건강한 노동과 소박한 삶에서 온다고 ‘바보 이반(Ivan the Fool)’을 통해 주장한 것처럼, 최지훈은 오늘도 그 ‘욕망’을 작업으로 채운다. 앞으로 인물화에서 창조적인 미감의 개발과 고유성이 충만한 양식 창출이라는 더욱 괄목할 만한 변화들이 최지훈 작가로부터 가능할 것으로 기대해 본다.


장정렬/포항시립미술관 학예실장